Lee Jong Mok : 神魚九變-비늘벗기
Oct 31 - Dec 1, 2024

Art SpaceX에서 2024년 10월 31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종목 작가의 ≪神魚九變-비늘벗기≫ 전시가 진행됩니다. 작가는 삶의 문제들을 일종의 우주의 텍스트로 바라보며 매일 아침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인과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정화하는 리츄얼을 이어갑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92년 겨울, 현대미술의 형식에서 벗어나 ‘내 몸의 육필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겨울산’, ‘물처럼’, ‘Inner Sight’, ‘Holy Paradox’ 시리즈를 거쳐 2021년부터 ‘즉비(卽非)’ 시리즈로 이어져왔습니다. 다양한 형식과 언어 속에서도 한 지점을 향해 도달하려는 작가의 예술적 여정이 이번 전시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즉비산수(卽非山水)’와 ‘신어구변(神魚九變)’ 시리즈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입니다. ‘즉비산수(卽非山水)’는 산과 자연 속에 새겨진 역사를 재해석하며, 경계 없이 서로를 넘나드는 만물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표현합니다. ‘신어구변(神魚九變)’에서는 창세기의 원형적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신비로운 물고기의 형상으로 우주의 무한한 변화를 상징합니다. 우주가 끝없이 비늘을 벗고 현실을 창조하듯, 작가 역시 끝없는 상상력과 생명력의 근원을 향해 나가고자 합니다.


The exhibition 神魚九變-𝘚𝘩𝘦𝘥𝘥𝘪𝘯𝘨 𝘚𝘤𝘢𝘭𝘦𝘴 by artist Lee Jong Mok is currently being presented at Art SpaceX from October 31 to December 1, 2024. Lee Jong Mok approaches life’s challenges as a form of universal text, engaging in a daily ritual of dialogue with nature to reinterpret and purify the causalities that shape our existence. His creative journey began in the winter of 1992, departing from contemporary art conventions to commit to painting “in the handwriting of my body.” Since then, his evolving series—including Winter Mountains, Like Water, Inner Sight, and Holy Paradox—culminated in the 즉비(卽非) series, which he has continued since 2021. This exhibition brings to light the artist’s consistent pursuit of a singular artistic vision, demonstrated across a diversity of forms and expressions.


The current exhibition offers a concentrated view of Lee’s work through the 즉비산수(卽非山水) and 신어구변(神魚九變) series. In 즉비산수(卽非山水), Lee reinterprets the history embedded within mountains and natural landscapes, expressing the boundless energy and life force that traverse and unite all beings. 신어구변(神魚九變), inspired by archetypal images from Genesis, symbolizes the universe’s infinite transformations through the mystical forms of fish. As the universe continuously sheds scales to give rise to new realities, the artist likewise pursues the boundless roots of imagination and life.

≪神魚九變-비늘벗기≫ 전시 포스터
≪神魚九變-비늘벗기≫ 전시 포스터

이종목 Lee Jong Mok

이종목(b.1957~)은 충북 청원생으로, 청주중학교와 청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고, 이화여자대학교 퇴임 후 곤지암에 작업실을 짓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작가는 줄곧 한지의 특성을 현대화하고 확대 해석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92년 겨울, 현대미술의 형식에서 벗어나 ‘내 몸의 육필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겨울산’, ‘물처럼’, ‘Inner Sight’, ‘Holy Paradox’ 시리즈를 거쳐 2021년부터 ‘즉비(卽非)’ 시리즈로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즉비산수(卽非山水)’와 ‘신어구변(神魚九變)’ 시리즈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작가는 삶의 문제들을 일종의 우주의 텍스트로 바라보며 매일 아침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인과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고 정화하는 리츄얼을 이어가고 있다. 


Lee Jong Mok (b.1957~) graduated from Cheongju Middle School, Cheongju High School, and the Painting Department of Seoul National University’s College of Fine Arts, where he also completed his graduate studies. Following his retirement from Ewha Womans University, he set up a studio in Gonjiam, where he is dedicated to his art practice. Lee has consistently worked to modernize and expand the interpretation of Hanji(traditional Korean paper). Lee’s artistic journey began in the winter of 1992, marked by a commitment to “paint with the handwriting of my body,” moving beyond conventional forms of contemporary art. His work has evolved through a series of notable projects, including Winter Mountain, Like Water, Inner Sight, and Holy Paradox, culminating in the 즉비(卽非) series starting in 2021. Recently, he has been presenting a concentrated view of his artistic world through the 즉비산수(卽非山水) and 신어구변(神魚九變) series. Lee views life’s questions as a form of universal text, engaging in a daily ritual of interpreting and purifying their causalities through conversations with nature every morning.

작가의 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모든 문제는 결국 내가 풀어야할 우주의 텍스트라는 사실에 공감을 더해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의 인과관계를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것 같다. 바람, 소리, 바위, 꽃, 새, 물, 흙, 대나무와 소나무 등등 매일 아침 마주하는 것들에서 지난 나의 역사를 모두 표상하며 대화를 나누고 정화해 나가는 것이 아침식사 전 매일의 리츄얼이자 아침 제단이다. 그 여진으로 하루 작업을 한다.

 

92년도 겨울에 현대미술의 허상을 벗고, 이제부터 내 몸의 육필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겨울산’ 시리즈로부터 ‘물처럼’, ‘Inner Sight', 'Holy Paradox' 시리즈를 거쳐 21년도부터 ‘卽非’ 시리즈가 시작됐다. 그 긴 여정에서 나타난 나의 그림 양식들이 시리즈별로 모두 제각각인 듯 했지만 이제 보니 한 지점을 향하고 있었고 언어도 하나였다. 92년 이후 행적이 이번 ‘즉비산수(卽非山水)’와 ‘신어구변(神魚九變)’전시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



卽非山水 즉비산수


우리 산하에는 우리 민족의 DNA 지형과도 같다. 태초이래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가 지문처럼 새겨져 있고, 곳곳마다 삼세(三世)가 이루어내는 표상들이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나투어 나고 있다. 삼세(三世)가 중첩되어 있기에 생생한 진실이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실재가 될 수 있다. 즉비(卽非)이기에 모든 것이 수시로 서로의 몸을 오갈 수 있다. 바위가 나무가 되고, 소리가 물이 되고, 바람이 호랑이가 되고…. 그렇게 투탈자재로 오갈 수 있는 에너지, 무경계의 환희심이 만물을 만물답게 하는 힘이다.



神魚九變 신어구변


육필을 지향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줄기차게 나타났던 형상이 물고기를 표상하는 형태였다. 그동안 변화무쌍한 작업과정을 거쳤지만 이제 보니 기실 하나의 언어로 이 짓 저 짓을 했던 거였다. 나는 창세기 1장 2절 말씀을 참 좋아하는데, 모든 것이 분화되기 이전의 실재를 표방하는 나의 가치관 때문인 것 같다. 근원의 근원 모습은 자체 운행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데 그 모양이 물고기로 표상되었고, 신어(神魚)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우주는 한 순간도 머뭄 없이 비늘을 벗으며 현실창조를 계속하고 있고, 그 비늘 한 장 한 장에 우주의 프랙탈을 담고 있다. 바로 생명력과 상상력의 바탕이다. 구(九)는 완전수와 무한수를 의미한다.



작가노트 이종목

Installation (가볍게 더 가볍게-金火交易의 시간, 2024, 캔버스에 아크리릭, 목탄, 162x130cm)
Installation (가볍게 더 가볍게-金火交易의 시간, 2024, 캔버스에 아크리릭, 목탄, 162x130cm)
Installation (즉비산수(卽非山水) , 2024, 한지에 먹, 201x150cm)
Installation (즉비산수(卽非山水) , 2024, 한지에 먹, 201x150cm)

낯선 그림들


이제, 만산(萬山)은 홍엽(紅葉)으로 물들어 간다. 자연의 촉수는 스스로 변해야 할 때를 안다. 좋은 예술가의 덕목도 이와 같다. 시대의 공기를 예민하게 읽어내는 더듬이로 무장을 해야 한다. 


이종목의 그림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런 탓에 읽어 내려가는 데 힘이 든다. 그럼에도 그림 앞에서 서성이게 된다. 그 까닭은 알 수 없는 ‘신성한 울림’이 하나의 氣가 되어 맴돌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의 발생지는 동양정신에서 출발했다. 그것을 일컬어 氣라 한다. 氣는 살아있는 우주의 기본 단위다. 생명을 잉태하며, 끊김 없이 생명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氣의 흐름을 느끼고, 氣가 살아 움직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 느껴지는 그림이 상품(上品)으로 상찬(賞讚)되어 왔다. 그곳이 우리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영매(靈媒)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먹과 붓만으로 석도의 일획에 따라 그리는 山水공간이 도달해야 할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그림은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시대는 또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고, 예술가의 촉수는 만산홍엽처럼 스스로를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창작 행위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과 살아있는 우주와의 관계 맺음이라 할 수 있다. 즉, 인위(人爲)와 무위(無爲)의 변증법적 결합이 새로운 예술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객관적 묘사에서 주관적 투사로 옮겨가는 흐름을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이다.


그의 그림은 태초의 카오스 상태를 보여준다. 세상이 분화되기 이전의 혼돈 상태로 돌아갔다. 태초에는 무엇을 규정할 수 없었다. 그곳으로부터 하나에서 둘을 낳고, 둘에서 셋을 낳는 창조자의 자리로 이주를 감행했다. 세상의 모든 질료들을 받아들이고 주체인 인간과 또 다른 주체인 우주 간의 상호작용을 드러내고 통합 시키려는 시도를 이종목이라는 한 예술가의 의도임을 확인할 때, 난해한 그림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의 붓이 먹물을 만나고, 종이 혹은 캔버스에 色을 입힐 때, 화면은 아연 생기를 얻고, 율동의 순간으로 들어가니, 이는 주체의 느끼는 몸과 객체의 느껴지는 몸 사이에 은밀한 관계가 이루어지며, 그로부터 예기치 못한 형태와 뜻하지 않은 울림을 낳게 된다.  



이미지평론가 최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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